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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빛 참돔

Published on Jun 03, 2024 by ultrakeypoint on life 완도 휴가 refresh

붉은 빛 참돔

물류센터 오픈을 위해 주말과 휴일을 반납한 노력으로 잘 오픈하여 받은 보상은 이틀의 대체 휴가. 주말을 붙여서 4일이라는 휴가는 생각만 해도 달달하다. 마침 고모의 아들, 명훈이 형의 아버지, 고모부의 기일 몇일 전이라 어김없이 전화가 온다.

“동상, 잘 있는감?”

고모부 아들 아니랄까봐, 유쾌한 명훈이 형은 누가 봐도 MBTI E의 성향을 갖은 외향적이고 밝은 사촌 형이다. 다른 해 같았으면, 이런 저런 핑계, 늑장 피우며 못 간다고 했을 텐데, 나에게 쌓인 피로감과 여러 힘든 일 때문에 이곳을 떠나야만 했다. 마침 이 전화는 나를 구원해는 전화 같았다.
고맙고 감사하다.

부랴부랴, 짐을 꾸렸다.

가방

마침 엄마가 형이 너무 보고 싶어서 아빠와 함께 서울에 올라오셨다. 나도 형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부모님과 함께 시골에 내려가기 위해 휴가 첫날에 형 집으로 향했다. 내가 지내던 형집의 내방은 덩그러니 침대와 책상만 있을 뿐 나의 영혼은 이미 사라지고 없어진 것 같아 많은 생각을 들게 했다. 아빠는 오랜만에 서울에 올라오시니 만나실 분이 많으신가 보다. 부모님께서 올라오셨다는 소식에 미아동에 계신 작은 아버지와 엄마가 오셔서 반갑게 우리를 맞아 주셨다. 맛있는 저녁 식사와 함께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다들 하고 싶으신 말씀이 많으셔서 서로 보채신다. 칠순을 바라보시니 다들 건강 이 최고라는 말씀이 많으셨고 아픈 몸을 공유하며 서로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보자는 것으로 수렴했다.

시골에 작은아버지가 할아버지의 살아계실 때의 그린 모습이 있다.

이희재

편안한 하룻밤을 보내고 서울에서 완도까지 5~6시간이라는 긴 여정을 떠났다. 이 여정을 모르는 사람은 “어떻게 그리 오래 운전하냐? 안 피곤하냐?”의 반응이 많지만, 우리 친가족분들은 많이 익숙하다. 엄마는 오랫동안 당뇨가 있으셔서 밀가루를 피해야 되지만 휴게소 핫도그는 참기 힘든 모양새지만, 아빠는 건강을 위해 들은 척도 안 하신다.

해남 맛드리 국밥

국밥

전라남도에 도착해서 가인리 시골집에 들어가기 전에 해남읍 장날이라고 해서 장도 볼 겸 고속도로에서 시내에 빠졌는데 다음날이라 허탕을 치고, 고기가 한가득인 국밥만 먹고 완도 시내에서 장을 보고 가인리에 도착했다.

부모님집 앞마당 비파나무

비파나무

할머니 바로 옆에 집을 지어 살고 계신 부모님은 조경에 신경을 많이 쓰신다. 문 앞에 장미와 정원에 비파가 주렁주렁 열린 비파나무가 우거졌다. 짐을 풀고 할머니에게 인사를 드리는 데, 못 보던 의료 기구들이 방에 보인다. 우리 친가족 중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에 살아 계신 분은 이제 딱 두분뿐이라고 한다. 친할머니, 동생의 이모할머니. 이제 100세를 바라보는 나이시지만 정정하시다. 근처에 사시는 자식인 아버지와 고모는 할머니가 산에 올라가 잡초 뽑으시는 일을 위험하다고, 그만하시라고 다그치신다. 나도 저 연세에 어떻게 저렇게 힘이 있으신지 깜짝깜짝 놀랜다.

할머니는 회와 삼겹살을 좋아하신다. 우리는 소주와 막걸리, 삼겹살 파티를 열었고, 고모를 왜 시샘하시는지 내막은 모르지만 약주를 좋아하시는 그 이모할머니도 오셔서 오붓한 시간으로 하루를 보냈다.

오징어 미나리 무침

오징어

또 아침이 밝았다. 시골은 하루의 시작이 빠르다. 부엌에서 부산한 엄마는 맛있는 식사를 만드신다. 지금도 먹고 싶은 오징어 미나리 무침은 밥 한 그릇을 뚝딱하게 만든다. 너무 신나게 먹어서 몸무게가 많이 늘었다. 컴퓨터를 전공한 나는 시골집에 오면 컴퓨터를 점검해달라고 하신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에 대한 결핍이 있었다. 컴퓨터가 1대인 이유로 형이랑도 많이 싸웠고, 커서는 컴퓨터에 관련된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원 없이 컴퓨터에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지만, 더 커진 회사를 운영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제주 -> 완도 실버클라우드호

실버클라우드호

아침을 보내고 나니 명훈이 형과 명지 형이 배를 타고 온다고 하여 마중을 나갔다. 제주 -> 완도로 도착하는 부두에 마중 나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실버클라우드호,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큰 배를 보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단어, 세월호가 머리속을 스쳐 갔다. 저 멀리 느릿하게 오던 실버클라우도호가 부두에 가까이 오니 어마어마하게 컸고, 사촌 형들이 왔을 땐 나의 근심과 걱정은 하나도 없는 체 반갑게 맞이하였다.

고모부의 기제를 보내고 전복 사업을 하시는 둘째 큰아버지 아들 사촌 형인 정봉이 형도 오셔서 저녁을 함께 했다. 나처럼 말이 없으시고, 조용하시지만, 딸내미의 장난을 받아주시는 모습은 영락없는 아빠다. 주말에 휴일도 없는 전복 사업은 정봉이 형의 술잔을 멈추게 하였다. 함께 한 아빠는 약주를 많이 하신듯하다. 고모와 많은 이야기보따리를 푸시면서, 내 아픈 과거가 웃음의 소재가 되는 게 마음이 쓰렸다.

진섬으로 출발

배낚시

마지막 날, 서울로 일찍 출발하려고 하였으나, 낚시를 좋아하시는 명훈이 형과 아빠, 그리고 나는 혼다 모터를 장착한 낚시배를 타고 진섬 근처를 배회하며 물고기를 낚았다. 낚린이인 나는 지렁이 끼는 것과 물고기 낚싯바늘 빼는 거 등등 명훈이 형과 아빠의 도움을 받아 낚싯대를 멀리 던지고 낚는 것만 하면 됐다.

내가 잡은 참돔

참돔

운이 좋은 날이다. 물때도 있고, 바람도 선선하니, 붉은빛 참돔이 올라왔다. 장어도 올라왔다. 우리는 작은 것까지 약 10마리를 잡았다. 돌아올 때까지 칼을 갈고 있던 제주도 호텔의 요리사인 명지 형은 우리가 잡아 온 것 중 두마리는 횟감용으로 빵이 좋다고 한다. 통통하다는 얘기 같다. 약 30만원 어치 먹었을 정도의 양으로 우리는 회로만 배를 채웠다.

나는 다시 6시간의 운전으로 올라오면서 많은 다짐을 했다. 약 2년간의 한 회사에서 프리랜서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문제를 두려워하지 않고 누구보다 앞장서서 스스로 해결하고,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프로젝트에 기여하였다. 이런 가치를 어떻게 이름 지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또 이런 상황이 주어지면 비슷하게 행동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프로젝트에 임했던 간전할 마음, 목표를 향해 꾸준히 수행했던 노력, 모두가 풀지 못한 문제를 어려운 환경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문제 해결에만 집중했던 내 모습, 이런 나를 존중하고 신뢰할 수 있는 또 다른 곳을 찾으며, 이번 여행을 통해 프로젝트를 잘 정리한다.

`오늘도 울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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